걸터앉아있어 스물하고도 아홉에 넌 잘 지내고 있기를 가슴 한켠에 매일 지니고 살아, 나 군대도 곧 가야 돼 알잖아 그래서 바쁘게 살아 사실은 밤마다 네 인스타 들어가는 게 버릇이 된 후 원래도 못 들었던 잠은 며칠 밤을 새우고 몰아 자다 꿈에 네가 나옴 또 말대꾸 아니 변명 아닌 변명들을 늘어댔고 너는 안아주더라고 우리의 마지막 날처럼 그리고 네가 한 말 '우리 도망갈까' 이게 꿈이 맞기는 한가 봐 그런 말하는 거 보면 그래도 한참을 또 울었다가 맞아 도망가버리자 말하는 내 입이 너무 못나서 잠에 깨고 나서 어수선해 혼났어 시곌 보니 오후 네시네 벌써 끼니 챙기는 것도 별 의미 없어 대충 휘두르고 나가 광합성이 필요해 동네는 흔적들이 많아 좋으면서 싫은데 오늘은 싫은 날이라서 택시 불러 탔고 목적지는 앉아서 고민하다가 명동성당으로 Catholic은 아니지만 맘이 평화로워 오랜만에 몇 시간이고 가네 좀 괜찮은 거 같아 아니 또 밀려오는 서러움 나는 도대체가 왜 이렇게 어설픈 사람인 걸까 어른 흉내나 냈던 거지 여태 발 딛는 걸음마다 추를 달아놓은 것처럼 무겁네 복잡한 마음, 누르는 무언가가 필요해 혼자 한잔할까 하다 300개 있는 톡 열었네 지금 바로 나와준대, 고마워 친구밖에 없구나 아무 데나 들어왔어 주소 찍어 보내줄게 친구야 뭔 일 있녜 뭔 일 없어 아 맞다 최근에 헤어졌어 근데 별거 아냐 차 밀리니까 타고 와 전철 오랜만에 보네 잘 지냈어? 난 그냥 오래 만났잖아, 어차피 됐어 사람일이 다 그런 거지 뭐 모든 게 전부 다 잘 될 수 없지 억지로 그때 네가 위로랍시고 내게 던지던 말 걔보다 좋은 사람 많아 인마 걱정 마 왜 갑자기 화가 나는지 모르면 닥치고 있어 인마 그냥 말을 말든지 취기도네 집에 가자 나 취하도록 안 마시는 중이야 담에 한잔 세게 살 테니까 말이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찬바람에 우리 대화들이 전부 날아가는 중 돌아오는 길에 이유 모를 한숨 걸터앉아있어 동네 벤치 한켠에 넌 잘 지내고 있어 줘 그래야만 해